광주지법 법정관리 파문은 "무원칙 운용 탓"
등록일 2011-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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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명 KPC
광주지방법원의 파산 재판부 부장판사가 친형과 지인을 법정관리 기업의 감사와 관리인에 앉혀 물의를 빚는 가운데 이번 사태가 파산부의 무원칙한 운용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상당수 지방법원이 해당 분야 전문가가 참여하는 회생 기업관리위원회(이하 관리위원회)를 설치하지 않은 상태이지만 투명성 확보에는 별문제가 없이 기업 회생 재판을 진행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7일 전국 각 지방법원에 따르면 현재 관리위원회를 둔 곳은 서울중앙지법을 비롯해 인천, 수원, 대구, 대전지법 등 5곳이다.
서울지법의 경우 회생절차가 진행 중인 기업에 대해 제3자 관리인이나 감사를 선임할 때 파산부 법관 3인 이상으로 면접위원회를 구성, 법정 관리인 양성과정 교육 수료를 마친 복수 후보자를 대상으로 회생기업의 업종 및 현황, 후보자의 경력 등을 고려해 선정하고 있다.
현재 서울지법 파산부가 관리하는 기업은 160여 개에 자산규모는 4조원 정도다. 작년 2월 7일자 기준 회생절차 개시 사건 154건 중 17건은 제3자가 관리인을 맡고 있고, 4건은 제3자와 기존 관리인이 공동 관리하고 있으며 나머지 기존 경영자다.
대구지법의 경우 관리위원회를 운영하면서 대상 기업의 기존 경영인은 관리인 선정 대상에서 배제하고 경영자총연합회나 한국생산성본부 등에서 일정 교육을 이수하고 관련 자격증을 가진 이들 중에서 선발위원회를 통해 뽑고 있다.
수석부장판사와 배석판사 3명 등 4명으로 구성된 수원지법 역시 한국생산성본부나 경총 법정 관리교육을 수료한 저명인사 중 관련업종 전력자를 대상으로 관리인 추천을 받고 있다.
특히 채권 관계자가 추천하거나 개인적으로 관리인 또는 감사가 되고 싶다고 이력서를 내는 경우 3배 수를 추려서 면접하며, 면접은 파산부 판사 2명과 관리위원회 1명 등 3명이 들어가고 이들과 이해관계가 있는 후보자는 사전에 배제하고 있다.
작년 한 해 수원지법의 회생절차 신청은 102건이었지만 잡음은 한 건도 없었다.
수원지법 관계자는 "판사나 관리위원회 위원들과 이해관계가 있는 관리인·감사 후보자를 일단 서류전형에서 배제하고 면접도 3명의 점수를 합산해 평균한 점수로 하기에 광주지법과 같은 예는 없었다"고 말했다.
인천지법은 지난 2002년부터 위원장 1명과 위원 2명 등 총 3명으로 구성된 관리위원회를 두고 있는데 위원회 설립 이전부터 법원 출신이 아닌 자를 관리위원으로 두면서 말썽의 소지를 사전에 차단했다.
법원장이 관리위원장을 지명하고 관리위원 2명은 수석부장판사가 위원장을 맡고 법원장이 지명한 3인 이내의 판사로 구성된 선정위원회에서 비공개회의로 선출하고 있다.
현재 인천지법 파산부 수석부장판사가 관리하는 기업 수는 46개로 자산규모는 총 3천780억원 규모에 이르지만, 관리인 선정 관련 부정 사례가 불거진 적은 없다.
대전지법의 경우 법인 회생사건의 관리인은 원칙적으로 기존 경영자를 선임하고 있다.
그러나 기존 경영자가 아닌 자를 관리인을 선임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면 채권자협의회에서 추천한 사람, 관련 업종 출신으로 한국생산성본부의 법정관리인 양성과정을 수료한 사람, 기존 회생회사의 제3자 관리인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했던 자 중에서 후보자를 선정해 재판부 면접 및 채권자협의회, 관리위원회의 의견을 들어 선임하고 있다.
특히 제3자 관리인은 유능한 관리인을 확보할 필요가 있어 기존 경영자 관리인보다 보수를 높게 책정하되 월 300~700만원 정도에서 채무자 회사의 규모, 동종 산업 대표이사의 보수, 업무의 난이도, 경력 등을 고려해 결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감사는 채무자 회사의 조사위원으로 선임됐던 회계법인 소속 공인회계사 가운데 전문적 감사능력이 있는 공인회계사를 임기 1년(연임 가능)의 비상근 감사로 선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주목되는 것은 이들 5개 법원을 제외한 관리위원회를 설치하지 못한 지방법원 역시 나름대로 관리인과 감사 선임 투명성을 기하면서 별다른 문제점을 노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광주지법 파산부가 얼마나 무원칙하게 관리인과 감사를 선임해 왔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청주지법에서는 한국경영자총협회 인재개발원이 보내주는 법정관리인 양성과정 수료자 리스트를 바탕으로 관리인을 선임, 법인 회생 등과 관련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한 사례가 없다.
창원지법은 90여 개 기업을 파산 재판부 3명이 관리하고 있는데 이 법원 역시 경총의 법정관리인 양성과정 수료자 리스트를 바탕으로 관리인을 뽑아 투명성을 기하고 있다.
이 법원은 관리위원회 설치를 대법원에 건의한 상태로 빠르면 올해 상반기 설치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부산지법의 경우 파산부가 70여 개 기업을 관리하는 가운데 아직 관리위원회는 구성하지 않고 있다.
재판장인 박효관 수석부장판사는 "관리위원회가 재판부 업무를 덜어주는 기능을 하는데 공정성, 투명성과 관련해서 도움이 된다면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해보겠다"면서 "재판부에서 공정하게 업무를 처리하고 있지만, 외부에서 공정성을 확립하는 장치가 있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부 지방법원은 광주지법처럼 지역 여건상 향판(鄕判)이 파산부를 맡고 관리인·감사 선임의 기준이 되는 인력풀이 부족하다는 점에 공감했다.
청주지법 관계자는 "지법 수석부가 통상 법인회생 사건을 담당한다는 점에서 향판이 아닌 중앙 법관을 수석부장으로 임명하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지만, 이는 지역 법관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은 낮다"면서 "법관들이 원칙을 잘 준수하는 것이 비리를 없애는 최선이다"고 말했다.
서울지법 관계자는 "서울은 아무래도 관리인 풀이 있어서 사건과 관련해 공정성을 유지할 수 있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면서 "지방은 그런 인력풀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이런 사건이 터졌고 해당 판사도 믿을 만한 사람을 찾다 보니 그런 식으로 감사를 선임했던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광주의 한 법조계 인사는 "경제가 어려웠던 시절 수많은 기업이 법정관리를 신청했고 법원에서는 관행이란 이유로 관리인과 감사를 재판부 맘대로 선임한 적이 없었는지 반성해야 한다"면서 "다른 곳에서는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지 광주지법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광주지법은 이번 논란과 관련, 지법원장이 지명하는 변호사를 위원장으로, 변호사회장이 지명하는 변호사 1명, 법학교수 1명, 공인회계사 1명 등으로 구성된 회생기업 관리위원회를 설치하고 파산업무 분담을 위해 기존 재판부 외에 파산부 1곳을 더 신설했다.
또 광주지법은 법정관리 기업에 파견할 관리인과 감사 등을 공개 모집하며 선임 결과도 지방법원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고할 계획이다.
[연합뉴스 2011.3.7(월)]